채권이 유효하게 성립하고 변제기가 도래한 경우라 하더라도 채무자가 채권자의 이행청구를 거절할 수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채무자가 갖는 권리를 '채무자의 항변권'이라고 한다.

기한의 이익이란?

채권은 성립과 동시에 존재하나 그 효력은 정해진 기한이 되어야 행사할 수 있다고 하는 일종의 조건이 붙은 것이다. 이러한 기한을 주장할 이익을 기한의 이익이라고 하며, 특별한 약정(계약서에 '채무자는 기한의 이익을 주장하지 못한다'라는 식으로 기재하는 경우 등)이 없는 한 채무자에게 기한의 이익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민법 제153조 제1항). 따라서 채권자가 특별한 약정이 있음을 입증하지 못하면 채무자에게 기한의 이익이 있는 것으로 다루어진다.

기한의 이익의 효력

약정으로 정한 기한이 도래하지 않았는데도 채권자가 채무의 이행을 청구하면 채무자는 그 이행을 거절할 수 있는데, 이러한 기한의 이익의 효과는, 특히 금전채권의 경우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채무자의 이행거절은 채권자의 청구 후에도 연체이자가 발생하지 않는 결과로 나타난다.
즉, 채권자의 청구가 있더라도 기한이 도래하지 않았으면 채무자가 이행을 거절하더라도 채무불이행이 되지 않으며, 따라서 지연이자도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항변은 채무의 이행을 연기하는 효력만을 갖는다. 결국 기한이 도래하면 채무자는 약정된 채무를 이행하지 않을 수 없다.

기한의 이익의 포기

기한의 이익은 채무자가 포기할 수도 있는데, 즉 기한의 이익을 가지고 있는 채무자가 기한의 도래 전이라도 언제든지 그 이익을 포기하고 채무를 이행할 수 있다. 채무자가 기한의 이익을 포기하고 변제하는 경우 채권자는 수령을 거절할 수 없다. 채권자가 거절하게 되면 채권자지체가 된다.
그러나 채무자의 기한의 이익 포기는 채권자의 이익을 침해하지 못하므로, 약정으로 기한의 이익 포기의 효과를 별도로 정하고 있지 않는 한, 채무자는 채권자의 이자지급청구권 상실에 대한 손실을 보상하여야 한다.

기한의 이익을 상실하는 경우

기한은 원칙적으로 채무자를 위하여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채무자가 원하는 경우 기한 이전이라도 변제할 수 있게 하고 있으므로, 채무자에게 전적으로 유리한 제도이다. 그런데 채무자에게 기한의 이익을 박탈할 만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도, 약정한 기한까지 채권자가 변제를 청구할 수 없는 것이 불합리한 때도 있으므로, 민법은 일정한 경우에 채무자가 기한의 이익을 상실하고 즉시 변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약정에 의한 기한의 이익 상실

일정한 사유가 채무자에게 발생한 경우 채권자의 별다른 통지 없이 기한의 이익을 상실하고 즉시 변제토록 당사자간에 약정한 경우에는 그 사유발생으로 채무자는 기한의 이익을 상실한다.

채무자의 파산, 담보의 멸실,감소 등의 경우

이 때에는 당사자간의 약정이 없더라도 채무자에게 기한의 이익을 유지시키는 것이 채권자에게 불공평하므로, 채무자는 기한의 이익을 상실하고 즉시 변제하여야 한다.

채권자가 금전채권을 가지고 있는 외에 채무자도 채권자에게 반대채권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 그 양 채권이 대가관계에 있다면, 양 채무는 동시에 이행되지 않으면 안 된다. 채권자는 자기가 부담하는 반대채무를 이행하지 않고 채무자에게 자기에 대한 채무의 이행을 청구할 수 없다.

만약, 채권자가 그러한 청구를 하는 경우에 채무자는 채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 이 항변권도 또한 연기적인 항변권이다. 또한, 채권자의 반대채무이행이 없는 한 채무불이행의 효과는 생기지 않는다. 따라서 이 기간동안에 지연이자는 발생하지 않는다.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느냐의 여부는 대부분 그 채권관계를 발생시킨 계약의 성질이 쌍무계약이냐 아니냐에 의해서 결정된다. 예외적으로 동시에 이행하는 것이 공평에 부합한 경우에는 쌍무계약으로 직접 발생한 채권이 아니더라도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인정하는 경우가 있다. 매매계약에 의한 매매대금채권이 전자의 대표적 예이고, 임대보증금반환청구시 임대주택을 비워주어야 하는 것이 후자의 대표적 예이다.

채권자가 반대채무의 이행을 하지 않고 법원에 자기 채권의 이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면, 법원은 반대채무의 이행과 상환으로 채무를 이행할 것을 채무자에게 명하는 판결을 하게 된다. 이를 '상환이행판결'이라고 한다. 이 판결이 있는 경우, 채권자(원고)가 반대채무의 이행을 증명하지 않는 한 판결에 대한 집행문이 부여되지 않으므로, 채권자는 반대채무를 이행하지 않는 한 판결을 가지고 강제집행을 할 수 없다.

[참 고] 동시이행의 항변권이 인정되는 경우